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러 가는 길은 항상 쉽지 않다. 2호선을 타고 나면 힘이 빠진다. 수많은 사람들에 부대끼는 것은 적응과는 별개로 항상 기분이 좋지 않다.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지만 나에겐 그런 것들이 어렵게 느껴진다.

일은 별 것 없다. 개발하고 모듈화하고 조립하고 보고하고.

일이 일정하지 않아서 어떤 날은 야근도 꽤나 하고 어떤 날은 한가하고 그렇다.

현재 회사에는 부장급들이 꽤 많다. 그들은 내게 꽤나 불편한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리에 적응 못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잘 지낸다. 잘 지내는데..

어떤 일말의 이질감은 지울 수가 없다. 최근에는 더욱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남초의 무리적 환경은 거의 비슷하다. 못난 여자는 조롱의 대상이고, 그냥 보통 이상이라면 희롱의 대상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군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내가 살면서 느낀 것은 어느 무리를 가나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들 이런 분위기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그런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니 싶은 느낌. 사실 그들을 욕할 처지는 아니다. 그들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같이 굴 때가 있으니까. 그들을 방관하고 그들의 말에 미소 짓고 가끔은 필요에 의해 그들처럼 말한다. 그런 모습에 스스로 역함을 느끼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응하는 것이 편하니까.

양은 늑대가 될 수 없으니 물리기 싫다면 고기를 뜯을 줄 아는 양처럼 굴면 되는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그냥 바라는 수 밖에 없다.

내 동생은 저런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살기를.. 저들도 진심은 아니기를.

일을 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심지어는 여가시간마저 그렇다. 집에와서 유튜브만 보면 끝나버리니까

근데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가면을 쓴 두뇌게임을 하듯 피곤함이 밀려온다.

사실 행복할 때도 있었다.

내 기분과 상관없이, 내 할 일을 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더라. 본인이 좀 안해도 결국 누군가가 메꿀걸 아니까, 자기만 편하면 되는 대부분이 그런 태도다.

결국 하는 놈만 하고 안하는 놈은 계속 안하고.

가끔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돈보단 떳떳함과 내 성장에 가치를 두려고 한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는 성장하지 않았을까?

우스운 일이지만 이전 연애 때 영원을 꿈꾸고 별로 없는 모든 것을 주려고 했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깨닫게 되었던 것은 나의 무능력함.

그 여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은 나를 괴롭게 했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 나를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은 결국 내 모든 것을 부쉈고 내가 쏟은 마음은 넘쳐 흘려서 나를 집어삼켰다.

뒤돌아보면 행복했던 때도 있었고, 서운한 때도 있었다.

달라지는 건 없다.

누군가에겐 반도 안되는 액수의 월급이지만 돈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전에는 돈이 생기면 ~에게 쓰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나와 주변 사람을 위해 쓴다.

가끔은 혼자 영화도보러가고, 노래방도가고, 키보드와 같은 도구들을 산다.

그 때 그 시절에는 자주 글을 쓰곤 했다. 이제는 아주 가끔 쓴다.

취업하고 다시 만난다면 동정심일까, 계산적으로 생각한걸까 고민했다.

딴 사람을 찾는게 낫다는 주변 얘기가 많다.

솔직하지 못했다.

쿨한 척 하지만

사실 나는 생각보다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사람이고

그냥 무섭지 않은 척하고 있었을 뿐

상처 받는 게 무서워서, 이상 비웃음당하는게싫어서

자신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열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그냥 이해해 달라고

하지만 난 안다.

언젠가는 너도 그런 사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걸

너와 마주하는 상상을 한다.